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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벤투스 vs ATM : 호날두의 클래스, 알레그리의 묘수, 성공적
    경기 감상 후기/Juventus 2019. 3. 15. 00:18




     유난히 역전극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 올시즌 챔피언스리그에 또다시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유벤투스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하 ATM)를 상대로 1차전 2-0 패배를 뒤집고 3-0 승리를 하며 역전에 성공했습니다. 


    그 승리엔 해트트릭한 호날두의 역할이 지대했지만 나머지 선수들의 공헌과 알레그리의 전술이 뒷받침했기에 가능했습니다. 


    호날두가 단단한 수비력을 가진 ATM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호날두가 헤딩에 전념할 수 있도록 조치한 알레그리의 전술적 선택 주효했습니다. 






     유벤투스가 보여준 움직임을 설명하기 위해선 사진에 나온 엠레 찬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할 겁니다. 


    엠레 찬은 3백의 우측 스토퍼와 중앙 미드필더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냈습니다. 사실 거의 수비수로 활동하긴 했지만요. 





     이 날 보여준 유벤투스의 대표적인 움직임 두 가지입니다. 


    좌측 그림은 기본 4-4-2 대형과 후방 빌드업 시작시 움직임 변화를, 우측 그림은 유벤투스의 기본 공격 형태를 나타냅니다.


    기본 4-4-2의 수비대형에서 유벤투스가 후방에서부터 빌드업을 시작할 때, 찬이 밑으로 내려와 키엘리니, 보누치와 함께 3백을 형성하고,


    마튀디와 피아니치가 중앙에 위치하며, 양 풀백인 스피나쫄라와 칸셀로는 매우 공격적으로 전진합니다. 


    우측의 그림처럼 대형을 이루게 되는 것이죠. 알레그리가 우측의 공격형태를 통해 얻게되는 이점들이 몇 가지 존재합니다. 


    그 이점들은 대부분 3백이 주는 안정감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먼저, 양 풀백인 스피나쫄라와 칸셀로가 후방의 키엘리니와 찬의 커버를 믿고 공격에 전념할 수 있도록 만들어줍니다. 


    둘째로, 마튀디와 피아니치 역시 전방으로의 볼 배급, 방향 전환 등 공격 지원에 필요한 전반적인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줍니다. 


    특히, 피아니치는 그간 레지스타 자리에 출장하면서 수비와 조율에 집중하느라 본인이 가진 공격적 재능을 보여줄 기회가 적었는데, 


    간만에 공격에 집중하며 본인이 가진 공격력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즉, 3백의 앞에 위치한 4명의 선수가 호날두와 만주키치를 마음껏 지원할 수 있도록 뒤에서 든든히 받쳐준다는 것이죠. 






     하지만, 저 두 가지 장점의 이면에는 커다란 약점이 있습니다. 


    양 풀백과 미드필더 2명이 3백만 믿고 공격적으로 올라간다는 것이에요. 이는 3명의 수비수에게 커다란 수비적 부담을 주게 됩니다. 


    3명의 수비수가 제대로 상대의 공격을 받아내지 못하면, 아무리 나머지 선수들이 공격적으로 올라간다 한들 말짱도루묵이 될테니까요.


    한마디로, 수비적 리스크가 매우 큽니다. 심지어 상대에게는 그리즈만과 모라타와 같은 역습에 능한 선수들도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벤투스의 3백은 너무나도 잘 공격을 막아냈습니다. 


    유벤투스가 이 수비적 리스크를 극복한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수비적으로 나온 ATM의 자세와 유벤투스의 끈질긴 전방 압박입니다. 


    애초에 ATM은 적극적으로 나올 필요가 없는 경기였습니다. 이미 홈에서 2-0으로 깔끔한 승리를 거둬온 탓에, 


    공격적으로 나올 유벤투스의 뒤를 노려 1골만 득점하면 거의 게임 끝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선택으로 한껏 웅크린 시메오네의 선택은 결국 독이 되버리고 맙니다.


    수비라인을 엄청 끌어 올렸음을 알 수 있다.



     유벤투스는 라인을 극단적으로 끌어 올리면서 많은 선수들을 ATM의 진영에 위치시키고 공의 소유권이 넘어가는 순간 


    즉각적으로 압박을 가해 다시 소유권을 탈취하려고 했습니다. 


    사실상 보누치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가 ATM의 진영에 위치했기 때문에, 그리즈만과 모라타가 역습을 위해 전방에 위치한 ATM과 비교해,


    유벤투스는 압박을 가할 때, 숫자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껏 라인을 올려 공격적으로 나선 유벤투스에게 수비적으로 나섰던 ATM의 자세는, 


    되려 유벤투스가 맘놓고 공격적으로 나서게 해주는 계기가 된 셈이죠.



     ※ 이와 별개로, ATM의 수비적인 모습으로 인해, 앞서 언급했던 기본 대형이라던 4-4-2의 형태를 거의 볼 수 없었습니다. 


    유벤투스가 공격을 진행하다 볼의 소유권이 뺐기면 그 자리에서 즉각적으로 압박을 해 다시 볼을 탈취하고 


    결국 ATM이 압박을 뚫고 유벤투스의 진영으로 넘어와 공격을 차근차근 진행하려고 할 때에 4-4-2의 형태로 수비하는데,


    ATM이 압박을 뚫고 유벤투스의 진영으로 넘어와 차근차근 공격을 진행한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ATM이 압박을 뚫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많은 수의 선수를 공격적으로 두길 꺼려했던 시메오네의 선택으로 인해


    공격시 선수의 숫자 싸움에서 밀린 탓도 존재합니다.


     그래서 엠레 찬이 거의 3백의 스토퍼로 활동하게 됩니다. 유벤투스가 공/수 전환 단계에서 압박을 통해 볼의 소유권을 되찾으려 할 때,


    엠레찬은 3백의 형태를 유지하고 완벽한 수비 국면에서 4-4-2의 형태로 돌아가는데, 90분 동안 유벤투스가 수비 국면을 제대로 맞은게 


    몇 장면 되지 않습니다.  





     수비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었던 두 번째 원동력은, 그냥 3백의 폼이 미친 수준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날 엠레 찬은 제공권 승리 5회, 인터셉트 2회, 클리어링 3회를 기록하며 ATM의 좌측 공격을 철저히 막아냈습니다. 


    굳이 기록을 꺼내지 않더라도 엠레 찬의 수비시 위치 선정과 움직임은 흠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ATM의 공격을 2연속 끊어내는 엠레 찬



     키엘리니야 이미 월드클래스 수비수였으니 굳이 활약을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키엘리니와 엠레 찬이 하프라인 넘어서까지 전진해 있으면서도 뛰어난 위치선정과 수비력으로 ATM의 역습 기회를 족족 끊어낸데다,


    두 스토퍼의 전진을 뒤에서 커버한 보누치의 수비력이 발군이었던 경기입니다. 







     유벤투스가 수비적 리스크를 이겨내면서, 공격을 진행한 방식은 단순했습니다. 


    양 풀백인 스피나쫄라(좌), 칸셀루(우)의 공격 가담 및 크로스를 통한 공중볼 싸움이 주 루트였습니다. 


    유벤투스는 경기당 평균 23회의 크로스를 올리는데, 이번 경기에서는 무려 36회의 크로스를 올렸습니다. 


    그 결과로 호날두의 선제골과 두 번째골이 터진거죠.


    이러한 크로스 위주의 공격이 통한데는 역시 필드에 뛰는 선수들의 역할분담이 정확히 이뤄졌고, 효과적으로 먹혔기 때문입니다. 



     1. 3백은 볼을 앞선으로 전달 -직접 드리블을 통한 운반을 포함- 하고 두 스토퍼는 양 풀백의 뒷공간을 커버합니다. 




     키엘리니와 엠레찬은 하프라인을 중심으로 수비 및 양 풀백의 커버에 힘썼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두 스토퍼의 헌신적인 커버로 인해 양 풀백이 마음 놓고 공격에 가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히트맵이 하프라인 위쪽지역에서 가장 밝고 박스 근처까지도 넓게 퍼져있는데, 


    두 스토퍼는 활발한 공격 가담까지 동시에 실시하여, 피아니치나 베르나르데스키가 받을 압박을 분산하고 


    또다른 패스 루트 제공 및 측면으로의 볼 공급에도 도와 유벤투스가 계속해서 공격권을 유지하도록 도왔습니다. 



     2. 피아니치는 전달받은 공을 양 측면으로 뿌리고 한 쪽 측면으로부터 전달받은 공을 다른 쪽 측면으로 신속하게 전환합니다. 




     이 경기에서 피아니치는 홀로 14회의 롱패스를 뿌리며 필드플레이어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수비 밀도를 높이기 위해 간격을 좁혀 수비하는 팀 공략할 때에는,


    신속한 방향전환으로 압박이 덜해져있는 반대 측면을 노리는 것이 효과적인데, 피아니치는 이 부분을 완벽히 수행해 주었습니다. 


    평소 레지스타 자리에서 경기를 소화할 때가 많아 이런 신속한 방향전환을 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유벤투스가 가진 단점 중 하나였는데, 


    피아니치가 레지스타로써의 수비 부담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면서 ATM을 좌우측면 가리지 않고 흔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3. 호날두와 베르나르데스키는 자유롭게 움직이며 ATM의 수비에 혼란을 줍니다. 


    알감독의 선택은 디발라가 아닌 베르나르데스키였다. 


     호날두와 베르나르데스키는 자리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하며 공격 전개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물론 호날두는 좀 더 직접적으로 박스에 침투해 헤딩 경합 등에 주력했고, 


    베르나르데스키는 중원 지역으로 내려와 볼을 받아주고 뿌려주며 피아니치의 부담을 덜어주었습니다. 


    주목할 점은 알레그리 감독이 디발라가 아닌, 베르나르데스키를 선택했다는 겁니다. 


    디발라는 베르나르데스키에 비해 테크닉이 더 정교하고 탈압박에 능한 선수입니다. 킥력은 베르나르데스키에 떨어지지 않죠. 


    그럼에도 베르나르데스키를 선택한 것은, 이 선수가 디발라에 비해 좀 더 기동력이 좋고 체격이 탄탄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베르나르데스키는 디발라에 비해 좀 더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2선과 3선을 오갔습니다. 


    체격이 단단한 ATM을 상대로도 피지컬적으로 밀리지 않으면서 움직이는데는 디발라보단 베르나르데스키가 더 적합합니다. 


    굳이 ATM의 수비대형 안에서 탈압박하며 중앙으로 활로를 뚫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비록 조금 투박해도 활동 영역이 넓고 기동력이 좋은 베르나르데스키를 선택했다고 보여집니다.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었구요.


    물론, 디발라가 부상 여파로 인해 풀핏이 아닌 점도 선택의 이유 중의 하나이긴 합니다.



     4. 만주키치는 고딘과 경합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가 바로 만주키치의 역할입니다. 


    이제는 많은 나이로 인해 특유의 수비가담과 활동폭도 줄었고 전반적인 영향력이 떨어진 만주키치입니다. 


    이 경기에서도 특별히 눈에 띄는 장면을 만들진 못했는데요. 그럼에도 이 선수가 제 몫은 다 해줬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고딘과의 지속적인 경합을 통해 고딘이 호날두를 직접적으로 견제하는 것을 막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영향력이 떨어진 만주키치라고 해도 제공권은 여전했기에 고딘으로 하여금 만주키치에 집중하게 만들었습니다. 


    제공권이 좋은 선수 1명이 박스에 있는 것과 2명이 있는건 수비의 난이도가 차원이 다르거든요.


     

     위의 4가지 역할 분담과 양 풀백을 통해 유벤투스는 효과적으로 공격을 진행할 수 있었고 ATM을 무너뜨릴 수 있었습니다. 






     이 경기에서 알레그리는 또 한번 묘수를 찾아내며 ATM을 압도했습니다. 


    이 외에 알레그리가 칭찬받아야하는 장면은 또 하나 있는데, 바로 67분 디발라를 투입할 때의 수비 위치 재조정입니다. 


    체력적으로 지친 스피나쫄라를 빼고 디발라를 투입하면서 알레그리는 4백으로 전형을 바꿉니다. 


    이미 동점을 만든 상황에서 공격적인 스탠스는 유지하되, 큰 위험까지는 부담하지 않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이죠.


    이때 선택이 스피나쫄라가 있던 왼쪽 풀백을 베르나르데스키로 대체한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는데, 마튀디와 베르나르데스키간의 역할 분담과 위치가 명확히 설정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애시당초 풀백 경험이 없는 베르나르데스키를 풀백자리 놓았으니 그런 문제가 발생하는게 무리는 아닙니다. 


    결국 베르나르데스키 풀백 투입 3분만에 즉시 알레그리는 이를 수정하여 칸셀루를 좌측 풀백, 엠레 찬을 우측 풀백으로 놓으며


    이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후 경기 종료까지 유벤투스는 이렇다할 위기 상황 없이 경기를 마무리 합니다. 




     오늘 경기에서 대부분의 유벤투스 선수들이 제 몫을 톡톡히 해내며 기적과도 같은 역전승을 일궈냈습니다. 


    키엘리니-보누치-찬은 어마어마하게 라인을 올리면서도 ATM의 공격 찬스를 번번히 끊어냈고, 


    빌드업과 공격작업에도 활발히 참여하며 유벤투스 수비진의 클래스를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스피나쫄라와 칸셀루 역시 활발한 측면 공격으로 공격 활로를 뚫어냈고,


    특히 스피나쫄라는 그간 서브로써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는데도, 저돌적인 드리블 돌파와 주발이 오른발임에도 불구하고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 등 유벤투스가 좋은 카드를 손에 쥐게되었음을 알려주었습니다. 


    쓰다보니 정작 해트트릭한 호날두는 거의 언급이 되질 않았는데, 맨날천날 전술 잘 짜와봐야 결정 못지으면 끝입니다. 


    어려운 상황이었고, 골 장면 모두 쉽지 않은 헤더였는데도 호날두라는 클래스를 제대로 보여준 경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유벤투스 팬이라고 너무 유벤투스 위주의 글을 쓴거 같긴 한데, 그런 경기였습니다. 


    앞으로 유벤투스가 남은 경기 잘 치뤘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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