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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약스 vs 유벤투스 : 명가의 고집이 담긴 깊은 맛이 나는 축구 한판
    경기 감상 후기/Juventus 2019. 4. 12. 01:15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가장 정반대의 키워드를 가지고 있는 두 팀이 만났다. 


    돌풍, 젊음, 에너지 등으로 표현되는 아약스와 경험, 노련미 등으로 표현되는 유벤투스가 만났는데, 


    유벤투스가 좀 더 큰 구단이지만, 최근 아약스의 기세가 워낙 좋고, 유베의 경기력이 저조해 그 누구도 승부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두 구단은 본인들이 잘 하는 축구들 그대로 들고와 맞붙었고, 1-1의 스코어를 내며 무승부로 끝났다. 






     아약스하면 아무래도 위 사진의 크루이프와 토탈 풋볼이 제일 먼저 생각날 수 밖에 없다.


    내가 축구사에 대해서 빠삭하게 아는건 아니지만,


    리누스 미헬스 감독이 아약스를 이끌며 토탈 폿볼을 완성했고 그 중심에 크루이프가 있었다고 알고있다. 


    공격수부터 골키퍼까지 전원이 수비와 공격에 모두 참여하는 축구. 


    전원이 공격에 참여하여 볼을 주고 받으며 볼을 소유하고 볼을 잃는 그 즉시 압박을 가하여 짧은 시간내에 소유권을 회복하는, 


    그런 축구라고 나는 알고있다. 디테일하게 파고들면 틀린 점이 있겠지만 대충 컨셉은 그렇겠지. 


    오늘 경기에서 아약스가 보여준 모습은 이런 모습이었다. 





     끊임없이 뛰며, 많은 선수들이 공격에 가담해 좁게 위치하며 끊임없이 패스를 주고 받는다. 위의 사진처럼 말이다. 


    특히 이 날은 좌측하단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아약스는 주로 우측에서 많은 선수들이 위치한 채로 공격을 전개했다. 


    제로톱의 타디치, 반 더 벡, 지예흐, 쇠네, 벨트만 등 많은 선수들이 우측에 좁게 위치해 패스를 주고받으며 유베의 좌측을 공략했다.


    이 때, 주로 타디치가 우측으로 돌아나가면서 연계와 함께 수비를 벌리면서 공간을 만들고 수비에 혼란을 준다. 


    어쩌면, 전형적인 제로톱의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겠다. 





     주로 우측에서 공을 주고받다가 틈이 나면 지체없이 슛팅을 쐈다. 그 중 주로 지예흐가 쐈다. 


    우측으로 공격을 진행하던 아약스의 가장 전형적인 공격패턴이다. 


    우측에 많은 선수를 배치, 타디치가 우측으로 돌면서 지예흐와 공을 주고받고, 바로 슛팅을 때렸다. 


    지예흐는 빠른 발과 묵직한 슈팅력으로 위협적인 슛팅을 꽤 쏘며 날카로운 모습을 보였다. 





     이 외에도 우측에서 진행하다 기습적으로 침투하는 중앙, 혹은 좌측면의 선수에게 내주는 것은 아약스의 또다른 공격 루트 중 하나였다. 


    위 장면이 앞서 설명한 공격 루트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우측에 많은 선수들이 몰려서 유벤투스의 수비 중심을 한 쪽으로 쏠려놓게 하고,


    빈 공간을 빠르게 쇄도하던 아약스의 좌측 풀백인 탈리아피코에게 빠르게 전달해 날카롭게 공격을 마무리했다. 


    슛팅의 성공 여부에 상관없이 이런 장면은 큰 의미를 가진다.


    유벤투스로 하여금 본인들의 우측면도 간과할 수 없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아약스가 우측면만 파고, 빠르게 좌측면으로 공을 넘겨서 공격을 안한다면, 유베가 맘놓고 수비 중심을 그들의 좌측에 놓아도 될 것이다. 


    점점 밀집된 수비를 아약스가 상대하게 될 테고, 이는 공격의 성공률을 더 낮출 뿐이다. 


    가끔씩 기습적으로 반대편 공격을 섞어 줘야, 유베로 하여금 '아 반대편의 경계도 놓치면 안되는구나'라는 마음을 심어주고, 


    수비가 함부러 집중되지 않고 퍼트리게하는 효과를 낸다. 






     그런 의미에서 날카롭게 날라간 탈리아피코의 슛팅은 비록 유효슛팅이 아니었더라도, 좋은 마무리였다. 


    여차하면 유효슈팅을 때릴 수 있는 선수가 반대편에도 존재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유벤투스는 아약스의 주 공격루트인 우측에 전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역할을 해준 선수가 좌측 풀백인 탈리아피코다. 


    좌측하단의 그림은 탈리아피코의 히트맵인데, 공격적으로 상당히 활발했음을 알 수 있다.


    탈리아피코는, 아약스의 공격이 단조롭지않게 변화구를 던져줄 수 있는 매우, 매우 중요한 선수다. 



     



     이렇게 활발했던 아약스에 공격에도 유벤투스는 쉽사리 무너지지 않았는데, 최종 수비단계에서의 집중력이 좋았기 때문이다. 


    워낙 아약스 선수들의 움직임이 활발했던 터라 모든 침투와 오프더볼 움직임을 막아낼 순 없었지만, 


    최종 슈팅 단계, 슈팅 직전 단계에서의 수비 집중력이 상당해 좋았고, 그 중에서도 루가니와 산드로, 키퍼인 슈체즈니의 활약이 좋았다. 


    루가니는 클리어링 4번, 슈팅블록 2번, 산드로는 클리어링 3번, 슈팅블록 3번으로 마지막 순간에 방어에 성공해 아약스를 막아냈다. 





     슈체즈니 세이브 5회로 최종 수비단계마저 뚫어낸 아약스의 슛팅을 막아냈다. 


    그 중에서도 전반 17분에 보여준 위 장면의 세이브는 그 활약의 백미다. 


    칸셀루의 실수로 인해 한 골을 내주며 빛이 바래긴 했지만, 유벤투스는 키엘리니가 없이도 단단한 수비력을 보여줬다. 



     정리하면, 아약스는 본인들의 아이덴티티와 다름없는 토탈 풋볼스러운 공격을 꾸준히 보여줬고 


    유벤투스는 본인들의 장기인 단단한 수비로 아약스의 공격을 우직하게 막아냈다. 







     아약스는 수비국면에서도 토탈 풋볼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볼의 소유권이 유벤투스로 넘어갔을 때, 지체하지 않고 바로 압박을 가해 소유권을 되찾으려 했다. 


    특히, 볼을 가진 유벤투스 선수가 조금이라도 불안한 상태를 가지면 주변의 모든 선수가 여지없이 달려들어 볼을 뺐어냈다. 


    윗 장면이 바로 그런 장면이다. 굳이 위의 장면이 아니더라도 앞서 설명한 수비형태는 자주 볼 수 있었다. 





     윗 장면 역시 아약스의 지체없는 압박을 볼 수 있는 장면이다. 


    1. 피아니치가 소유권을 갖자마자 위, 아래에 위치한 타디치와 탈리아피코가 압박.


    2. 공이 만주키치에게 넘어가자, 만주키치가 뒤돌아서지 못하게 데 용이 압박


    3. 공이 베르나르데스키에게 넘어가자, 탈리아피코가 몸을 틀어 다시 압박 


    4. 다시 피아니치가 공을 소유하자, 지예흐가 태클로 컷팅 시도, 블린트가 전진해 압박 시도


    5. 만주키치에게 공이 넘어가자, 탈리아피코가 압박


    6. 피아니치에게 공이 넘아가자, 지예흐와 반 더 벡이 압박


    7. 호날두에게 공이 넘어가자, 호날두가 뒤돌아서지 못하게 데 리흐트가 압박



     유벤투스가 공을 잡고 공격을 진행하는대로 주변의 선수들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압박을 가해 소유권을 되찾으려했다. 


    단순히 압박만 가하며 밀어내는 수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발을 집어넣으며 도전적으로 수비하고 있다. 


    이는 빠르게 소유권을 되찾겠다는 적극적인 수비에서 나온 행동으로 보인다. 


    역시 토탈 풋볼스러운 수비 형태이다. 





     

     유벤투스가 후방빌드업을 시도할 때도, 아약스는 유벤투스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지예흐가 보누치를 압박하고 반 더 벡은 피아니치를 압박해, 공을 가진 루가니가 이 두 선수에게 패스하는 것을 막았다. 


    타디치는 루가니를 압박해 루가니가 고민할 새도 주지않고 빠르게 볼을 처리하도록 압박한다. 


    네레스는 벤탄쿠르에게 패스할 수 있는 경로를 차단하는 위치를 선점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루가니가 가진 선택지가 제한적이다. 별 의미없이 골키퍼에게 돌려주거나, 불확실한 선택지인 롱패스, 칸셀루에게 패스. 


    이 세 가지가 다다. 네레스는 저 위치에서 루가니가 칸셀루에게 패스를 하자마자 칸셀루를 압박한다. 


    즉, 아약스는 유벤투스가 측면으로 볼을 돌리거나 전방으로 롱패스를 때릴 수 밖에 없더록 볼줄기를 몰아내는 형식의 압박을 취했다. 


    특히 반 더 벡은 집요하게 피아니치를 압박하면서, 후방빌드업 시 피아니치의 영향력을 줄였다. 


    이렇게 유벤투스의 빌드업 방향을 측면으로 제한함으로써 아약스는 압박의 방향을 한쪽으로 집중할 수 있다는 이득을 얻는다. 


    중앙의 선수를 압박하려면 360도에서 모두 다가가야 하지만, 측면에서는 사이드라인으로 인해 180도만 압박이 들어가면 되기 때문이다. 


    측면으로 몰아 적은 수의 선수로 압박이 들어가면, 나머지 선수들은 중앙에서 압박이 실패할 때의 위험에 대비하는 형태의 수비를 취한다.





     


     물론 이런 형태의 수비는 태생적으로 뒷공간에 대한 리스크를 안고있다. 


    윗 장면과 같이 모든 선수가 바로 압박을 가하기 때문에 일정한 수비 형태가 취해지지 않고, 압박을 나간 선수의 공간이 빌 수 밖에 없다. 






     또한, 많은 선수가 올라와 공격을 진행할 때, 볼이 끊기고 그 볼을 빠르게 탈취해내지 못하면 아약스는 치명적인 역습의 위험에 빠진다.


    유벤투스는 이런 약점을 캐치하고 기회를 노렸다.


    미드필더들은 자리를 지키며 아약스의 볼을 끊어낼 기회를 호시탐탐 노렸다. 


    아약스 선수들의 오프더볼 움직임을 제대로 제어하는데는 실패했지만, 


    피아니치가 5회, 마튀디가 3회, 벤탄쿠르가 2회의 인터셉트를 기록하며 틈틈히 패스를 끊고 역습을 노렸다.

     


     특히 아약스는 상당히 도전적인 수비를 취하기 때문에, 통상적인 수비를 하는 팀들보다도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도전적인 수비는 실패시 그 선수가 바로 제쳐진다는 리스크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위의 호날두의 선제골 과정이 그렇다. 조금씩 짤라서 살펴보기로 하자.




     

     벤탄쿠르가 공을 잡자 3명의 아약스 선수가 벤탄쿠르를 향해 달려든다.


    벤탄쿠르는 드리블로 세 선수를 벗겨내고 호날두에게 넘겨준다. 


    특히 정면에서 달려드는 쇠네 - 윗 사진에서 가장 역동적인 선수 - 의 도전적인 수비가 아쉽다. 


    벤탄쿠르를 향해 단순히 달려들기만 하면서 호날두를 향한 패스길 마저 열어줘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도전적인 수비가 실패하면서 벤탄쿠르에게 길을 열어준 것이다. 





     이 장면은 도전적인 수비가 실패하면 발생하는 현상을 보여준다. 이미 도전적인 수비가 번번히 실패하면서 많은 공간이 열려있는 상태다.


    벤탄쿠르는 빈 공간으로 쇄도하며 데 리흐트를 끌고 들어오고, 데 리흐트는 어쩔수 없이 벤탄쿠르를 따라가고, 다시 그 공간이 열린다.


    이 때 호날두가 그 공간으로 쇄도해 헤딩골을 넣는다. 


    다른 아약스의 선수들이 쇄도하는 호날두를 놓친 탓이 크겠지만, 도전적인 수비로 인해 이미 후방에 인원이 모자랐던 아약스였다. 






     이런 아약스를 공략하기 위해 알레그리가 선택한 카드는 만주키치와 베르나르데스키였다. 


    물론, 최근 계속 선택하고 있는 두 선수긴 하지만, 오늘만큼은 이 두 선수의 선택이 매우 적절했다고 본다. 


    아약스의 압박을 피해, 혹은 빠른 역습을 위해 롱패스를 많이 때릴 것으로 예상되는 오늘 경기에서, 


    비록 영향력이 미비하긴 했지만, 제공권이 좋은 만주키치는 적절한 선택으로 보인다. 


    또한, 빠르게 역습을 진행해야하고 아약스가 거칠게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좀 더 탄탄하고 기동력이 좋은 


    베르나르데스키의 선택 역시 적절했다. 



     이후 후반 시작과 동시에 칸셀루의 실수를 잡아 아약스가 동점골을 넣었고, 그 기세를 타 적극적으로 나오는 아약스를 막아내기 위해 


    약 10분의 시간동안 볼을 뿌리는 데 용을 거세게 압박해 분위기를 살짝 죽여놓고, 


    이후 스코어를 지키며 빠른 역습을 위해 더글라스 코스타를 투입하는 알레그리의 경기 운영 역시 크게 나무랄 게 없었다.



     이 경기에서 젊고, 에너지가 넘치는 아약스의 모습. 본인들의 아이덴티티가 그대로 묻어나는 아약스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유벤투스 또한 그간 보여줬던 수비적 단단함, 약점을 파고드는 노련한 경기운영이 돋보이는 한 판이었다. 


    유벤투스 홈에서 펼쳐지는 2차전 역시 흥미롭게 지켜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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