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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벤투스 vs 아약스 : 젊음을 넘지못한 관록의 한계
    경기 감상 후기/Juventus 2019. 4. 20. 00:13

      사실 이 경기 후기는 안쓰려했다.

    라이브로 보면서 진짜 오랜만에 축구보면서 열받는다는 감정을 느끼기도 했고,

    내공이 모자란터라 후기쓰려면 경기를 한번 더 봐야하는데  도저히 한 번 더 볼 자신이 없었다. 진짜 짜증만 났던 경기였기 때문이다.

    사실 유로파 리그도 끝난 마당이라, 이 리뷰는 뒷북 중의 뒷북인 감이 없잖아 있지만 그래도 참고 다시 봤다. 

    정말 다시 보기 싫었던 경기였지만 그래도 다시보니 여러부분이 이해가기도 하고 팬으로써 안쓰럽기도 하고..

    잡소리 그만하고 후기를 써보려고 한다. 

     

     

     

      1차전에서 유벤투스는 좋은 결과를 가져갔다고 말할 순 있어도 내용이 좋았다고는 말하기 힘들었다. 

    시종일관 아약스의 에너지에 밀렸던 90분이었기에, 알레그리는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1차전에서 아약스가 보여준 경기력을 2차전에서도 보여준다면 유벤투스도 위험할 거라고 아마 대부분의 축구팬들이 생각했을 것이다.

    알레그리는 고심끝에 결국 어떤 대책을 들고왔다.  그 대책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알레그리와, 유벤투스, 아약스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알레그리는 지극히 현실주의자다.  지지리 답답할때도 많지만, 냉정하게 자신이 맡은 팀의 능력과 한계를 정확히 전술에 반영한다. 

    유벤투스는 아약스에 비해 선수들의 연령대가 높아 전체적인 기동력이 매우 딸린다. 

    또한, 중원에서 볼을 관리하고 배급하는 능력, 기술적 능력, 연계 등이 아약스에 비해 우위를 점하지 못한다. 개인적으론 딸린다고 생각한다. 

     

      반면, 아약스는 매우 젊은 팀이기에 90분 내내 선수들이 좁은 간격을 유지하며, 정확하고 기술적인 연계력을 바탕으로 빠른 공/수 전환을 가져갈 수 있다.

    공을 뺐기더라도 좁은 간격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빠르게 재압박을 통해 볼을 되찾아온다.

    팀 자체가 준수한 기동력을 가지고 있기에 필드 어느 곳에서든 앞서 언급한 에너지있는 플레이를 유지할 능력을 갖추고있다. 

     

     나이가 많아 기동력과 체력이 딸리는 유벤투스가 90분 내내, 필드의 모든 곳에서 아약스를 통제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팬으로써 자존심 상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다.

    어떤 선수를, 어떤 플레이를, 어디서 막아야할지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알레그리는 누구보다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고, 이를 정확히 전술에 반영해 2차전을 준비했다. 

     

    아약스의 중원사령관, 프랑키 데 용

      알레그리의 선택은 아약스의 전체 볼 줄기를 관리하는 프랑키 데 용을 압박하는 것이었다. 

    지난 1차전 리뷰 때 따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프랑키 데 용의 후방 영향력은 대단했다. 어린 나이임에도 침착하고 노련하게 볼을 지키고 패스를 뿌렸다. 

    아약스가 볼을 점유하는 축구를 하는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선수였고, 알레그리는 이 선수를 통제하려했다. 

     

    유벤투스의 기본 대형

      유벤투스는 기본적으로 4-4-2의 대형으로 수비를 시작했다.

    호날두와 디발라가 투톱을 형성하고 우측부터 베르나르데스키-찬-피아니치-마튀디가 라인을 형성하는 식이다.  

    이 경기에서 유벤투스는 프랑키 데 용을 압박하기 위해 엠레 찬과 피아니치를 활용했다. 

    물론 이 때, 호날두나 디발라는 센터백을 압박하여 1차전에 비해 좀 더 타이트한 전방압박을 가져갔다. 

     

    프랑키 데 용을 압박하는 엠레 찬

     위 장면에서처럼, 엠레 찬이 전방으로 전진해 프랑키 데 용을 압박하여 데 용이 앞으로 전진하지 못하게 한다. 

    프랑키 데 용은 엠레 찬의 압박 때문에 전방으로 공을 공급하지 못하고, 센터백인 블린트에게 백패스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엠레 찬이 전진하고나면, 베르나르데스키-피아니치-마튀디가 라인을 형성해, 유벤투스는 전체적으로 4-3-1-2와 같은 형태를 갖게된다. 

     

    데 용을 압박에 성공하는 장면

      데 용을 압박하는 타이밍은, 센터백들이 데 용에게 패스를 건네주는 그 때이다.

    블린트가 데 용에게 패스를 하자마자, 바로 엠레 찬이 달려가 데 용을 압박하여 결국 백패스를 하게 만든다. 

    이 후 찬은 데 용에게 패스할 수 있는 루트를 차단하면서 오나나키퍼를 압박해 공을 밖으로 걷어내 압박에 성공하게 된다. 

     

    이번엔 피아니치가 데 용을 압박한다.

      이렇게 데 용을 압박하는 것을 찬만 수행한 것은 아니다.

    피아니치 역시 데 용을 압박하러 올라간다. 이 때는, 엠레 찬이 뒤로 빠져 4-3-1-2형태는 계속 유지한다.

     

    공중볼을 강제당하는 아약스

     

      피아니치와 엠레 찬이 꾸준히 데 용을 견제함으로써, 유벤투스는 아약스가 후방에서 공중볼을 뿌리도록 강제하는 효과를 낳았다. 

    데 용이 꾸준히 압박을 받으면서 후방 빌드업을 전개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자, 아약스는 주요한 패스 루트를 잃게되었고,

    결국 골키퍼에게까지 볼이 후퇴하면서 공중볼로 공을 처리하는 수 밖에 없게된 것이다.

    실제로 아약스는 유벤투스의 압박이 강력했던 30여분동안 11회의 롱패스를 때렸는데, 1차전에서는 똑같은 시간동안 5회만 기록한 것을 보면,

    어느정도 유벤투스가 데 용을 압박한 것이 효과를 본 셈이다.

    또한 유벤투스의 선수들의 제공권은 아약스에 비해 전혀 딸리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효과적으로 아약스의 후방빌드업을 방해했다고 볼 수 있다. 

     

    횡적으로 좁은 간격을 유지하는 유벤투스

     엠레 찬이나 피아니치가 압박을 위해 전방으로 올라가면, 나머지 3명의 미드필더가 4-3-1-2의 형태를 유지한다고 앞서 말했었다.

    이 때, 이 3명의 선수들은 횡적으로 매우 간격을 좁혀서 라인을 형성한다. 이미지에 표시하진 않았지만, 4백의 수비수들도 상당히 간격을 좁힌다.

    이는 아약스의 3톱인 네레스, 타디치, 지예흐가 중앙으로 좁혀들어와 공격을 전개하는 것을 다분히 의식한 배치라고 볼 수 있다. 

    1차전 리뷰대도 언급했듯, 아약스의 선수들은 간격을 좁혀 점유율을 유지한 채, 빠른 연계를 통해 공격을 전개하기 때문에

    유벤투스는 일부러 횡적 간격을 좁혀 중앙을 두텁게 쌓아 아약스가 중앙을 통해 공격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간격을 좁히면서 측면은 약해질 수 밖에 없다.

     물론 유벤투스가 횡적으로 간격을 좁히면서 파생되는 문제도 있었다. 

    아무래도 좌우 간격이 좁다보니, 측면의 공간이 많이 날 수 밖에 없고, 아약스가 빠르게 측면으로 전환했을 경우엔 수비가 헐거워진다는 것이다. 

    이것이 알레그리가 포기한 부분이다. 

    데 용을 압박하면서 공중볼을 유도하고, 4-3-1-2의 수비형태를 좁히면서 중앙을 틀어막은 대신 측면을 내줬다. 

    앞서 언급했듯, 현재 유벤투스 스쿼드의 기동력으로는 필드의 모든 곳을 커버할 수 없다. 

    그래서 선택과 집중의 결과로, 측면을 내주게 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실점 장면도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고 보는 입장이라, 완벽히 만족스럽진 않지만, 나름대로 선방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아약스는 좋은 팀이었다. 주로 연계를 주고받을 위치인 중앙이 막혔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측면 전환을 이어가고, 

    측면에서 컷백을 통해 중앙으로 들어와서도 기술적이고 정확한 연계를 통해 위협적인 장면을 몇 장면 만들어냈다. 

     

     유벤투스의 공격작업은 전혀 매끄럽지 않았다. 

    공격을 전개할 때면 여전히 아약스의 압박에 고전했고, 유벤투스의 중원은 아약스의 에너지 넘치는 압박을 뚫고 나올 기술적 능력이 없었다. 

    아약스의 패스를 압박을 통해 끊어냈을 때 진행한 역습은 둔탁한 연계로 번번히 기회를 날렸다.

    원래 공격 전술을 짜는데 약해 공격진 선수들의 클래스에 기대는 스타일인 알레그리이기에 뭐 특별히 기대도 안했다.

    베르나르데스키의 폼이 너무 좋지 않았고, 디발라가 이런저런 견제에 시달리는 탓에 어떤 공격을 진행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 점에서 호날두가 특유의 오프더볼과 헤딩으로 터트린 선제골은 매우 적절했다.

    어쩌면 유일한 득점 루트였을 수도 있다. 

     

    제발 좀 안보였으면 하는 두 선수였지만 오늘은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케디라와 만주키치의 결장이 좀 아쉽기도 했었다.

    평소에는 제발 좀 꺼졌으면 하는 두 선수였지만 오늘 같은 날에는 제공권이 뛰어난 두 선수가 있었다면,

    되도않는 연계를 통한 공격 대신 그냥 다이렉트한 롱볼을 통한 공격을 이용해 좀 더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특히 블린트의 공중볼 능력이 매우 안좋다는걸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후반전은 짧게만 쓰고 끝내려한다. 도저히 이미지 첨부를 위해 또다시 그 개떡같은 후반전을 다시보고 싶지 않기도하고, 길게 쓰고싶지도 않아서 그렇다. 

    프랑키 데 용이 압박을 피해 중앙 뿐 아니라 측면으로 돌면서 플레이를 하기 시작하면서, 유벤투스의 압박체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늙디 늙은 유벤투스 선수들이 전반전에 있었던 체력 소모를 견뎌내지 못하고 후반전에 급격히 기동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난 수록 라인간의 간격은 벌어지고, 압박은 산발적으로 이뤄졌다. 

    산발적으로 이뤄지는 압박은 선수간의 간격이 좁고 기술이 뛰어난 아약스에게는 풀어나오기 쉬웠고, 

    유벤투스는 간격이 벌어질대로 벌어져  수 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내줬다. 슈체즈니 아니었으면 3-1 4-1도 충분히 가능했다.

    진짜 공간이 뭐 어휴.... 최악이었다. 그냥 최악의 모습이었다.

    나이가 많아도 관록과 노련한 모습으로 상대를 옥죄던 유벤투스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유벤투스 홈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아약스의 선수들만이 보였다.

     

     유벤투스 보드진이 정신을 차렸으면 좋겠다. 현대축구에서 노장들의 관록만으로는 버틸 수 없다. 

    제아무리 호날두가 있어도 안된다. 앞으로 더 발전해 다음 시즌을 좀 즐겁게 봤으면 소원이 없을 것 같다. 

    후반전은 날림으로 썼지만 유벤투스 팬의 분노를 이해해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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