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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버풀 vs 첼시 : 두 감독의 장군멍군
    경기 감상 후기/Other League 2019. 4. 16. 19:50

     

     리그 우승, 챔스 진출권을 놓고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있는 EPL. 

     

    리버풀은 리그 우승을 위해, 첼시는 챔스 진출권 확보를 위해 그야말로 피터지게 싸우고 있는 와중에, 두 팀이 제대로 맞붙었다. 

     

    각자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승점 3점이 정말로 간절했던 두 팀 중, 미소를 지은 팀은 리버풀이다. 

     

    어떤 과정을 거쳐서 리버풀이 승리를 가져갔는지 체크해보겠다. 

     

    첼시의 사리 감독

     

     개인적으로 첼시의 사리 감독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특유의 전술 색채는 있지만 융통성이 떨어지는 모습, 경기 내 변화를 부드럽게 가져가지 못하는 모습을 안좋게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만큼은 달랐다. 경기 준비도 상당히 잘해왔고, 리버풀에 대한 대응도 좋았다. 

     

    첼시가 리버풀을 상대로 준비해온 수비적 자세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려한다. 

     

    양 팀의 기본 전형

     

     첼시는 리버풀의 공격력과 빠른 발, 장소가 안필드임을 고려해 수비적으로 경기에 나섰다. 

     

    아자르를 중앙에 놓은 4-3-3 형태의 제로톱을 들고 나왔는데, 수비시에는 윌리안과 오도이를 내려 4-5-1의 형태를 만들었다. 

     

    이는 윌리안과 오도이를 밑으로 내려 5명의 미드필더가 일직선으로 위치하면서 각 선수당 맡아야할 수비 범위가 좁아지는 효과를 낸다. 

     

    특히 이러한 조치는 기동력이 딸려 수비범위가 좁은 조르지뉴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아자르는 리버풀의 센터백들이 공을 돌릴때나 가볍게 압박을 해주는 수준으로 전방에 머물며 역습 준비를 하고, 

     

    나머지 선수들은 전방압박을 자제하며 두 줄 수비대형을 갖추고 수비를 두텁게 유지해 리버풀의 공격을 막아내려했다. 

     

    케이타와 그의 활동범위(좌), 헨더슨과 그의 활동범위(우)

     

     첼시가 소극적으로 나오면서 자연히 리버풀은 주도적으로 경기를 진행했다.

     

    두꺼운 첼시의 수비를 뚫어내기 위해서 리버풀은 무리하게 중앙을 노리지 않고, 첼시의 측면을 끊임없이 공략했다. 

     

    보통 중앙 돌파 및 역습 찬스 캐치 등을 위해 어느정도 중앙쪽으로 위치하던 마네와 살라를 측면 터치라인 부근까지 벌려놓았고, 

     

    중앙 3미들 중 좌, 우 미드필더인 케이타와 헨더슨을 높게 끌어올려 왕성하게 공격에 참여하도록 했다. 

     

    이러한 조치는 살라와 마네에게 압박의 부담을 줄여주고, 첼시의 풀백들과 1:1 경합을 펼칠 기회를 자주 만드는 효과를 낳았다. 

     

    또한, 이러한 배치는 첼시 수비의 간격을 벌리게 만들어 헨더슨과 케이타가 침투하기 용이하도록 만들었다. 

     

    이 두 미드필더가 전방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다양한 공격루트를 갖게되고, 이는 결국 첼시 수비에 혼란을 주는 결과를 낳는다.

     

    이러한 리버풀의 공격은, 두 골을 포함해, 주로 살라가 위치한 우측면에서 많이 결과를 냈는데,

     

    이는 로프터스-치크와 에메르손의 수비적 역량이 반대편에 위치한 캉테와 탄코에 비해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리버풀 승리의 숨은 주역이었던 파비뉴(좌), 반 다이크(우)

     

     양 미드필더인 케이타와 헨더슨이 높게 올라가 공격에 참여하면 참여할 수록 수비적 리스크는 점점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두 선수를 높게 끌어올릴 수 있는데는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는 수비적 자신감과 안정적으로 볼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첼시는 수비적으로 웅크리면서도, 아자르를 전방에 냅두며 언제든지 역습을 전개할 의도를 내비치고 있었고, 

     

    역습시에는 아자르 뿐 아니라, 발빠른 윌리안까지 활용해 리버풀의 뒷공간을 노리려했다.

     

    아자르는 드리블이 뛰어나, 혼자서도 수비 2~3명을 제껴내며 원맨 역습이 가능한 카드이기 때문에 아자르에 대한 대책은 필수적이다. 

     

    이런 아자르를 막기위해 리버풀은 파비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아자르가 역습을 전개할 때, 마팁과 반 다이크는 무리하게 수비하지 않고, 후방으로 물러나며 아자르의 속도를 최대한 제어하고, 

     

    파비뉴가 재빠르게 수비에 가담해 태클로 아자르를 끊어냈다. 

     

    뛰어난 롱패스를 수차례 보여준 알렉산더-아놀드

     반 다이크, 마팁, 파비뉴 외에도 후방에서 어느정도 수비적 밸런스를 맞춘 선수가 하나 더 있는데, 위에 보이는 우측 풀백 알렉산더-아놀드다. 

     

    아놀드는 첼시의 주된 공격 루트였던 왼쪽측면에 대한 방어, 발빠른 윌리안에 대한 수비를 위해 공격 가담을 다소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좌측 풀백 로버트슨의 히트맵(좌), 우측 풀백 아놀드의 히트맵(우)

    이러한 점은 반대편 풀백인 로버트슨과의 히트맵을 비교해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

     

    주로 하프라인 위에서 놀았던 로버트슨에 비해, 아놀드는 수비적으로 많이 신경쓰는 모습을 보였다.

     

    아놀드는 3회의 태클 성공, 2회의 인터셉트를 기록하며, 전반전 첼시의 주 공격루트였던 첼시의 좌측을 큰 위기 없이 잘 막아주었다. 

     

    빠르고 정확한 롱패스를 때리는 아놀드

     

     반 다이크를 비롯해 마팁, 파비뉴, 아놀드 등은 단순히 첼시의 역습을 잘 틀어막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들은 전방으로 양질의 패스를 꾸준히 공급했고, 정확한 롱패스로 빠르게 측면 전환까지 만들어냈다. 

     

    특히 아놀드는 이 경기에서 롱패스 10회를 기록하며 두드러진 활약을 보였고, 마팁과 반 다이크도 각각 3회, 4회를 기록하며 

     

    볼 배급에 있어서도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후방에서 소수의 선수들로 역습에 대한 수비와 볼 배급이 모두 해결되었기 때문에 많은 선수들이 공격에 참여할 수 있었다. 

     

     

    최고의 활약을 보인 살라(좌), 최악이었던 에메르손(우)

     

     이 경기에서 살라의 활약은 매우 좋았다. 

     

    드리블 5회를 기록했고, 활발하고 영리한 오프더볼 움직임으로 90분 내내 첼시의 좌측을 파괴하며 에메르손을 압도했다.

     

    피르미누와의 연계로 첫 번째 득점 장면의 기점이 된 것은 살라의 영리한 움직임을 볼 수 있는 장면이었고, 

     

    리버풀의 두 번째 득점은 살라가 공을 가졌을 때 역시 파괴적이라는 것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반대로, 살라의 활약이 최고였던 만큼, 그를 상대해야했던 에메르손은 이 경기에서 최악의 선수였다.

     

    살라의 온더볼, 오프더볼 움직임 중 그 어느 것도 컨트롤하지 못하고 시종일관 뚫리는 모습을 보였다. 

     

     

    리버풀의 선제골 과정, 에메르손의 이해 안가는 수비

     리버풀의 선제골의 시작이 되는 장면이다. 

     

    살라는 피르미누에게 공을 내주고 에메르손의 뒤로 돌아들어가려하고 있다. 

     

    에메르손 역시 살라를 보고 살라를 따라 움직이며, 피르미누가 살라에게 패스를 받아 다시 살라에게 내주는 패스를 잘라내려 하고 있다.

     

    누가봐도 에메르손에게 유리한 경합이다.

     

    살라는 에메르손의 뒤를 돌아야하기 때문에 이동거리도 길고, 무엇보다 공의 진행루트에 에메르손이 훨씬 빨리 도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에메르손은 여기서 살라에게 공을 내주고 튕겨져 나간다.

     

    대체 왜....?

     말이 안되는 수비다. 너무나도 안일했다. 심지어 피르미누의 패스가 빨랐던 것도 아니다. 

     

    에메르손이 몸을 날렸다면, 아니 몸을 날리지 않았어도 충분히 끊어낼 수 있었을 장면인데 거기서 살라가 패스할때까지 느긋하게 공에 다가간다. 

     

    에메르손에게 유리한 경합임에도 포기하지않고 도전했던 살라와 너무나도 대조되는 장면이다. 최악이었다. 

     

    살라의 추가골, 살라를 쉽게 포기하는 에메르손

     

     위 장면은 살라의 원더골 장면이다. 물론 살라의 슛팅을 칭찬하는게 먼저겠지만, 쉽게 살라를 포기하는 에메르손이 눈에 띈다. 

     

    에메르손이 쉽게 살라를 포기한 이유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이 날 첼시는 압박을 자제하고 존 디펜스 형식의 수비를 펼쳤다.

     

    자신이 맡은 구역에 상대 선수가 들어왔을 때 수비하는 형태가 존 디펜스라고 하지만,

     

    자신의 구역을 벗어났다고 해서 그냥 자유롭게 상대 선수를 놔두는게 과연 좋은 수비인걸까? 

     

    존 디펜스 때문에 살라를 포기한거면, 적어도 조르지뉴가 살라를 제대로 마킹할 때까지는 에메르손이 마킹을 하던지,

     

    아니면 자신의 디펜스 구역으로 침투하는 헨더슨을 자기가 맡던지, 사실 치크가 따라갔기 때문에 그럴 필요는 없었지만, 

     

    존 디펜스때문에 포기했다고 보기엔 그냥 에메르손의 수비는 적당히 따라다니다가 포기한 수준밖엔 안된다. 

     

    이 두 골 장면 외에도 살라를 놓치거나, 드리블을 방어하는데 실패한 장면은 너무나도 많았다. 

     

    결과적으로, 두꺼운 수비와 압박을 피해 살라를 측면에 배치해 풀백과 1:1 상황을 자주 만들게 했던 클롭의 결정은 매우 매우 성공적이었다. 

     

     

    사리의 승부수, 이과인

     

     두 골을 연이어 내주고나서, 사리가 선택한 카드는 이과인이었다.

     

    공수 양면에서 활약이 미미했던 오도이를 빼고, 아자르-이과인-윌리안으로 공격 라인을 재편했다. 

     

    이과인이 광범위하게 움직이며 공을 받아 연계해주고, 아자르는 압박이 덜한 측면에서 활동하며  압박이 덜하자 드리블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좌측에 리버풀의 수비가 치우치면서 윌리안에게 공간이 나기 시작

    아자르가 뛰어난 테크닉으로 볼을 소유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에메르손 역시 오버래핑할 여지가 늘어나고, 

     

    이과인, 치크가 아자르와의 연계를 통해 좌측면에서 주로 공격을 전개하면서, 리버풀의 수비 중심은 자연히 이 쪽으로 쏠리게 되었고, 

     

    우측에 선 윌리안에게 많은 공간이 나게되었다. 

     

    이러한 점은 케이타, 마네의 부족한 수비적 역량과 맞물리면서, 첼시는 우측에서 많은 공격적인 기회를 잡게되었다. 

     

     

    첼시의 뛰어난 공격전개

     위 장면에서 볼만 졸졸 따라다니는 선수가 케이타다. 

     

    본인의 위치인 우측면의 공간은 신경도 쓰지않고 공이나 졸졸 쫓아다니는 무의미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본인이 커버해야할 탄코의 침투마저 공만 쳐다보느라 놓친다. 탄코가 좀만 더 크로스를 위협적인 크로스를 했다면 상당히 위험했을 장면이다. 

     

    이과인을 투입하면서 전체적인 첼시의 공격이 살아났다고 볼 수 있겠다. 사리의 교체 전술이 완벽하게 들어맞았던 것이다. 

     

    이과인에 대한 클롭의 대답, 바이날둠

     

     클롭은 결국 수비력 강화를 위해, 케이타보다 수비적 마인드가 더 갖춰져있는 바이날둠을 투입해 우측 수비를 안정화시키려했고, 그 의도는 적중했다. 

     

    바이날둠과 밀너가 투입되면서 수비가 다시 안정된 리버풀을 상대로 첼시는 특별히 이렇다할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사리의 교체 전술이 적중한 만큼, 수비 강화를 위한 클롭의 교체 역시 매우 적절했다.

     

     많은 면에서 열세일 것으로 점쳐졌던 첼시였지만, 사리 감독은 꽤 적절한 준비를 해오며 좋은 싸움을 펼쳤다. 

     

    수비를 강화하고 빠른 역습을 노렸지만, 에메르손의 부족한 수비능력, 리버풀의 뛰어난 후방 플레이어들로 인해 그 시도가 막혔고, 

     

    역전을 위해 단행한 교체 역시  분위기를 잠시 가져오는데는 성공했으나, 부족한 골 결정력으로 기회를 잡지 못했다.

     

    클롭 역시 첼시의 두 줄 수비를 예측하고 리버풀을 잘 공략해냈고, 사리의 변화에도 잘 받아치며 승리를 굳혔다. 

     

    오늘의 결과가 남은 시즌동안 펼쳐질 치열한 경쟁에 어떤 파장을 몰고올 지 상당히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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